
(그다지 중요하지 않는 줄거리 노출)
"마이너블로그(?)"의 단점 중에 하나가 사람들이 별로 오지 않고 반응도 별로 없다보니, 글을 적을 원동력 자체를 상실하게 되기도 한다는 것이지요. 꼬박꼬박독자가 열명 안의 블로그가 과연 "마이너블로그"라고도 할 수 있는가도 잘 모르겠지만요.-_- 마이너블로그가 아니라 메이저블로그는 반대로 너무 많은 반응에 이리저리 휘둘리다가 글쓰는 맛을 상실한다는 점에서, 극과 극이지만 결과는 비슷하다는게 재밋긴 해요. 여튼 나의 블로그에 오시는 분들이 마더 후기를 원하시기에 뒤늦게 글쓰기 모드로 변신했습니당.^^
0.간단하게 <마더>의 내용은 살인자로 몰리는 아들을 구하려는 엄마이야기입니다. 반대로 엄마를 구하려는 아들의 이야기는 또 어떨까 하는 공상도 들게하네요. 예를 들면, 여중생인 A양이 있고 엄마가 살인자로 몰려서 A양이 엄마를 구출하기 위해서 발버둥치는 이야기 말이죠.(아이디어가 좋군요!... 자화자찬모드-_-)
영화는 보고나서, "역시 따봉!! 아니 봉준호!!"라고 외쳤습니다. 봉준호 전체작품 리스트에서 아직도 한번도 실망은 한적이 없어요. 봉준호의 단편이였던 <지리멸렬(1994)>에서 책던지는 샷은 여전히 멋져요. (뜬금없잖아)
영화에서 촬영지 중에 부산 문현동도 나왔는데, 그 지역이 저희 팀이 벽화작업 할때 장소였는데, 그때 그린 푸른 장미 그림이 나와서 반가웠어요. 무척 짧게 지나갔지만 관계한 사람으로는 길게 기억이 남더군요.

영화상 살인사건이 일어나는 주무대에서 보이는 장소에요.

1.부재하는 아버지.
영화에서 김혜자의 남편, 주인공인 도준이의 아버지는 언급하지 않아요. 어떻게보면, 마치 반정치적 관점을 유지한다면, 마음에 들지 않는 지도자 아래에서, 그것은 다르게 지도자가 없다는 말이 되기도 하며, 이것은 지도자(=아버지)가 없이 어떻게 이 세상과 싸워 나가는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해요. J는 '그래도 스토리상으로 아버지를 언급하면 더 세밀하지 않을까'라고 했지만, 전 아버지의 부재를 감독이 의도한 장치라고 생각했어요. 누구라도 언급할 만한 이야기가 언급되지 않기 때문이였는데, 이부분은 나중에 봉준호 감독을 직접 보면 물어 봐야겠어요.물론 J 역시 '모든 것을 언급하면 내용이 산으로 갈꺼'라는 면에서 넣지 않는 점을 생각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정말 이야기 하지 않았는가 란 점에서, 전 또하나의 점을 보았는데, 사진관에서 누군가가 있는 자리를 찢어낸 사진이 나오는데, 그부분에 과연 누가 있었는가 이죠. 인터넷에 여러분들이 그곳에 1) 진태가 있었다는 가정도 합니다만, 전 그부분에 2) 아버지가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가정을 함께 가져 가고 싶군요. 더한 추측을 한다면, 3) 또다른 형제가 있었을 지도 모르구요. 그 형제는 도준이가 예전에 겪었던 일을 대신 했는지도 모르고요.
2.영화에서 그려지는 남자들은 뭐랄까 안타까워요. 이게 부재하는 아버지 코드와도 일치하기도 해요. 스펙타크르(?) 선수이지만 결국 형사로 생활하는 남자, 위험스럽게 운전하고도 그냥 지나치는 교수들, 일로 가득해서 새벽에 집을 나서는 형사, 술집에서 술 마시면서 있는 법조인들, 뚜렷한 일 없이 살아가는 진태, 식으로 뭔가 깔끔하면서 단정한 인물들이 없죠.
3. 왜 엄마는 한약집에서 일하고, 왜 엄마는 수지침을 들었는가. 한약집이란 장소가 한적한 지방에서 익숙한 가게이기도 하고, 수지침이란 요소 역시 어디에선가는 꼭 있는 사람이 있는 나름의 보편성을 지닌 소재들이기는 해요. 그런데 그것은 뭔가 모자르는 아들을 낫게 하는 방식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과, 그리고 수지침이 뭔가 피곤해도 스스로 몸을 고쳐가면서 세상을 살아나가야 하는 하나의 도구 라는 사실이기도 해요.(혜자가 치마를 걷고 스스로 수지침을 놓는 장면도 나오죠. 그장면이 섹시(?)하다는 사람도 있고, 애처럽다는 사람도 있고 꽤 다양하더군요. 여튼 우리가 언제 김혜자씨의 종아리를 볼 일이 있겠습니까.)
4.봉준호 영화마다 잘 나오는 "보일러 아저씨"는 나오지 않지만, 그 대신에 보일러를 고치는 사람이 나와요. 일단 보일러 아저씨의 이미지는, 뭔가 의심스러운 점이 있지만, 어두침침한 곳에서 그래도 제할일을 하는 사람의 이미지라고 할까요. 이렇게 이미지를 고착화시키는 것은 내용을 미리 추리하게 만드는 점이 있긴 해요.
5. 크래딧의 나온 인물리스트에는 영국아이 등 영국과 관련된 것들이 나오는데, 실제로 나오지는 않아요. 아마 편집되었나 봐요.
6. 수지침을 놓고 버스에서 춤추는 장면이 인상적이였어요. 그렇게 어머니는 아픔을 지우고 살아가요. 아줌마들의 관광버스춤에서, 그 촌빨 날림 속에서, 오히려 아이러니컬하게 그 속의 아픔을 읽어 내리고 있는 점이 신선하기도 해요. 아줌마들이 관광버스춤에서 어떤 아름다움을 발견한 장면을 그 이전에 본 적이 있나요.
7. 봉준호작품들의 인물들이 이런 성격을 가지고 있어요, 실제로 발로 뛰고 하는 사람들은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점이에요..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한약방 아줌마(<마더>), 아파트 이웃집에서 살고 있을 듯한 아가씨(<플란더스의 개>), 평범한 열혈형사(<살인의 추억>), 평범한 가족들(괴물) 등등 식으로요. 물론 평범함 속에서 색다름을 이끌어 내는게 캐릭터만들기의 핵심이기도 하겠지요.
8. 기억에 남는 작은 부분들은 동네 마담이 만들어 주는 두부케이크도 있구요. 영호상 떠오르는 케이크 목록에 들어갈 <친절한 금자씨>의 케이크에 같이 추가해줘야죠. 돈을 거슬러 주는 고물상 아저씨(이 부분은 가난하지만 필요한 것 이상 얻을려고 하지 않는 사람으로 보였고 그래서 묘한 느낌을 지속 시켰어요.), 구토 하다가 변기뚜껑 떨어지는 것을 맞는 장면, 소리 없애는 휴대폰 만드는 장면 등, 이런 섬세하면서 사소한 장면들이 봉준호의 매력이지요. 물론 이 영화는 반전이라고 할만한 것도 있지만, 그래도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이런 사소함들이 모여서 중요한 작용을 하지요.
제가 보는 따- 봉준호 감독은, 큰 선과 작은 선을 같이 잘 그리는 사람이라고 여겨져요. 전체적인 면에서 한쪽이 팍 떨어지지 않는다고 해야 하나요, 그래서 더 상업적으로도 성공하는게 아닐까 싶어요.


덧글
웹에서 스포를 미리 봐 버리는 바람에 흥을 잃었었는데, 룰루님 후기를 읽고 나니까 다시 관심이 막 샘솟네요. 후훗. 나중에 DVD로 나오면 챙겨 봐야지.
그런데 보일러 아저씨, 살인의 추억에도 나왔었던가요?
봉준호감독 스타일이 섬세한 쪽에도 있는 편이라, 스포일러 알아도 잔잔한 재미가 많습니다.
앗 그러고보니 <살인의 추억>에 나왔는가는 불확실하군요. 나온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요. 지하실 이라는 공간은 확실히 나왔고요. 흠.... <살인의 추억>은 자동차극장에서 한번 본게 전부라서, 약간 기억이 좀 불확실하네요. ^^;;
앞으로는 알아서 써주십시오 ㅎㅎ
근데 보다가 정말 다들 "헉" 하게 만들더라고요 ㅎㅎㅎ
진짜 다들 "헉!" 소리가 중간에 그 부분에서랑 마지막쯤에서 또 한 번.
저는 그 작두(?)라고 해야하나요? 그게 너무 불안했어요-.-+
그 벼같은거 짤리는 소리가 너무 실감나고 자꾸 베일까봐 조마조마!
2. 작두는, 그 불안감을 이용해서 일부로 사용된 것일껀데.... 문제는 그 작두를 사용하는 사람이 자꾸 정신을 다른 곳에 두고 있고 우리는 혜자님에게 감정이입이 되어서 더 불안해지기도 하고... 으흐흐.
작두 말고도 다른 영화에서도 기계 돌리는 씬에서 이런 공포감을 활용한 케이스도 꽤 많은데, 여기선 소리 역시 조작해서, 더 공포감을 만든 듯 해요.^^